집으로 가는 길
허울 / 김 영태
태양빛이
눈이 부시게 빛나던
여름날 오후
꼬부랑 할머니가
걸어서는 갈 수 없는 길을 걸어서 간다
걸을 수 있음도
걸어서 갈 수 있음도
또한
기적이다
90의 숫자를 업고서
얼마나
걸리어 왔을까
눈 덮힌 날
머리위에 떡 광주리
등에는 잠자는 아이
한 손엔 큰아이 잡고서도
쉽게도 왔던 길을
지팡이 하나 앞세우고
걸어도 걸어도
가까워지지 않는 길을
몇번이나 쉬어가며 왔을까
지팡이
한걸음 한걸음 마다
머리속에
수 많은 기억들을
밀어 내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
장화없이는
걸을 수 없었던 새댁시절
손발로
모심고 보리타작하던 고갯길
그늘도
쉴 곳도 없는 황롯길에
그냥 서서
먼저 가버린 그리운 이를
얼마나
메마른 가슴에 새겼을까나
오직
자식 뒷바라지에
등짝이 반짝반짝 타버린
이제는
남의 땅 된 논가에서
굽혀 뭉쳐진 허리를 펴보니
저들도
이미 할애비가 되어버린 아이들
생각할
눈물도 메말라 있다
예나 지금이나
변함앖는 시골길에
다
떠나고 없는
걸어서 다니는 이
더더욱 하나도 없는 길에
얼마나
힘들고 외로웠을까
어쩌면
아니 분명
걸어서는
다시 오갈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
겨우
한걸음 씩 옮기어 왔음을
죽을 힘으로
아무도 없는 집으로 왔다
어떻게 왔는지
그 누구도
물어보지 않는 내 집으로 왔다
한 낮의 태양은
더욱
뜨겁게 불타 오르고 있다
2016. 08. 06 어머님의 시골길 이야기를 듣고