시 ( 허울 최근 작품 )

집으로 가는 길

허 울 2017. 6. 3. 11:10

    집으로 가는 길
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         허울 / 김 영태


     태양빛이

     눈이 부시게 빛나던

     여름날 오후


     꼬부랑 할머니가

     걸어서는 갈 수 없는 길을 걸어서 간다


     걸을 수 있음도

     걸어서 갈 수 있음도

     또한

     기적이다


     90의 숫자를 업고서

     얼마나

     걸리어 왔을까


     눈 덮힌 날

     머리위에 떡 광주리

     등에는 잠자는 아이

     한 손엔 큰아이 잡고서도

     쉽게도 왔던 길을


     지팡이 하나 앞세우고

     걸어도 걸어도

     가까워지지 않는 길을

     몇번이나 쉬어가며 왔을까


     지팡이

     한걸음 한걸음 마다


     머리속에

     수 많은 기억들을

     밀어 내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


     장화없이는

     걸을 수 없었던 새댁시절

     손발로

     모심고 보리타작하던 고갯길


     그늘도

     쉴  곳도 없는 황롯길에

     그냥 서서


     먼저 가버린 그리운 이를

     얼마나

     메마른 가슴에 새겼을까나


     오직

     자식 뒷바라지에

     등짝이 반짝반짝 타버린

     이제는

     남의 땅 된 논가에서

     굽혀 뭉쳐진 허리를 펴보니


     저들도

     이미 할애비가 되어버린 아이들

     생각할

     눈물도 메말라 있다


     예나 지금이나

     변함앖는 시골길에

     다

     떠나고 없는


     걸어서 다니는 이

     더더욱 하나도 없는 길에

     얼마나

     힘들고 외로웠을까


     어쩌면

     아니 분명


     걸어서는

     다시 오갈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

     겨우

     한걸음 씩 옮기어 왔음을


     죽을 힘으로

     아무도 없는 집으로 왔다

     어떻게 왔는지

     그 누구도

     물어보지 않는 내 집으로 왔다


     한 낮의 태양은

     더욱

     뜨겁게 불타 오르고 있다



             2016.  08.  06     어머님의 시골길 이야기를 듣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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