시 ( 허울 최근 작품 )

낫 놓고 줄행낭

허 울 2020. 2. 11. 10:41

낫 놓고 줄행낭
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 허울 / 김 영태

벌들이

친하자고 윙윙거리며

입을 앞세울 때면


가급적 몸을 피해야 한다


오랜 장마로

풀과 나무줄기들

길가에 무성하게 자란 후


이른아침

산기슭 쬐깐밭에

눈인사하러 오는 누님


썬득거리지 말라고

낫으로 쓱쓱 이슬을 털 때


눈에는 보이지 않는 벌집

나도 모르게

건드렸나 보다


낫 놓고 줄행낭


손바닥으로 막았으니 다행

어쩌다

내 뜨거운 입술에 맞았더라면


삶은

뜨겁게 새롭다



      2019. 07. 29     신봉동 뜨락에서


* 쬐깐 : 조금을 뜻하는 전라도 지방의 말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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